일출과 십자가 사이에서...
| 2026-02-12 20:06: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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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드 정리 중에
하드를 정리하다가
작년에 찍은 사진 몇 장과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그날은
이유 없이 해가 보고 싶었던 날이었을 것이다.
일출
일출은 참 짧다.
10분 정도일까.
해는 멈춰 있는 것 같지만
매 순간 색이 바뀌고, 공기가 달라진다.
황금빛으로 번지는 하늘을 보고 있으면
하루가 시작된다는 사실이
조용히 실감난다.
빛은 늘 오지만
같은 빛은 한 번도 없다.

산 위로 퍼지는 빛
해가 조금 더 올라오면
빛은 산 능선을 넘어 퍼진다.
그 순간은 장엄하기보다는
의외로 담담하다.
마치 “오늘도 시작이다”
라고 말하는 듯하다.
거창하지 않다.
그냥, 시작.

십자가
해를 찍고 집으로 돌아왔을까.
벽에 걸린 십자가를 찍었다.
왜 그 색감으로 찍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빛의 여운이 남아 있었던 걸까.
십자가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앞에 서는 사람은
늘 다른 상태다.
그날의 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친숙한 존재
집에 있는 성모상.
정면으로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니
성물이라는 느낌보다
이상하게 “친숙함”이 먼저 느껴진다.
엄숙함보다는
조용히 지켜보는 표정.

가까이 다가가서
조금 더 가까이 찍은 사진을 보니
표정이 더 또렷하다.
나는 신앙이 단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친숙하게 맞아줄 수 있는 존재가
어딘가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한다.
믿음이 크지 않아도
기대어 볼 수 있는 존재.
그날의 나는
빛을 찍고,
그 다음엔
기댈 곳을 찍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