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AI] 1년 후에 다시 읽는 한국형 AI

2026-01-17 03:33:13

며칠 전, 국가대표 AI 기업 선정 과정에서 네이버가 탈락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유는 중국 알리바바의 대형 언어모델 **큐엔(Qwen)**을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나는 LLM을 모델, 다시 말해 엔진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도구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모델의 출신보다 그 모델이 놓이는 생태계다.

사용자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 결합, 그리고 필요하다면 글로벌 오픈소스를 도구로 활용하는 것.

이 조합은 이제 너무도 당연한 전략이 되었다.

‘완전 순혈’이라는 상징 대신,

현실적인 독립을 선택한 것이 네이버 이혜진 의장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반면 정부가 바라본 ‘국가대표 AI’는

정책적 상징, 기술 주권의 형식적 증명에 더 가까웠다.

외부 의존을 최소화한,

혹은 거의 from-scratch에 가까운 모델을 전제로 한

장기 국책 R&D 프레임을 떠올렸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네이버는 [실제로 쓰일 AI]를 보고 있었고,

국가는 [주권을 증명할 AI]를 보고 있었던 셈이다.

네이버는 국가 프로젝트의 요구에 맞추기보다

자신들이 가던 길을 계속 가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이번 결과로 드러났다고 본다.

네이버는 국가대표 AI에서는 탈락했지만,

‘한국형 AI’의 방향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번 일은 패배라기보다 분기점에 가깝다.

국가 프로젝트는 연구 중심의 레이어에 있고,

네이버는 생활과 서비스 중심의 레이어에 있다.

서로 다른 층위의 목표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작년에 내가 썼던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기억 데이터다”라는 말도

바로 이 생태계를 염두에 둔 이야기였다.

이제는

누가 더 근사한 모델을 가졌느냐보다

누가 어떤 사용자의 데이터를, 어떤 관계 속에서 축적하고 있느냐

AI의 경쟁력을 가르는 시기에 들어섰다고 느낀다.




한국형 AI에 필요한 것은 ‘국산 모델’이라는 형식보다

한국 사회의 생활, 기억, 선택, 맥락이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되돌려지는 구조다.

AI는 단일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와 사용자, 서비스가 순환하며 자라는 관계의 시스템에 가깝다.

만약 한국형 AI를 만든다면,

그것은 아마 하나의 거대한 모델이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수많은 작은 AI들의 집합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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